화재 최초 발화 장소인 810호 내부 모습
경찰과 소방당국은 벽면에 설치된 에어컨이 누전으로 스파크가 발생해 불똥이 침대위에 떨어져 삽시간에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컨에서 떨어진 불똥이 소파와 침대로 옮겨 붙었고 이 때 매트리스가 불을 확산시키는 불쏘시게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화재가 발생한 이 호텔 810호에 투숙객 A씨가 입실한 시각은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1분이고 A씨가 타는 냄새가 난다며 다른방으로 교체해 달라며 810호를 나간 시간이 7시 34분이다.
CCTV에는 A씨가 810호에서 나가면서 열어둔 방문에서 흰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불과 83초만에 복도 전체를 가득 채우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7시 39분 호텔 관계자는 부천소방서에 신고했다.
화재 장소인 810호 방향에서 복도로 빠르게 확산하는 유독가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확보한 '부천 원미구 숙박시설 화재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이번 화재와 관련한 최초 신고는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 20초에 접수됐다.
녹취록에서 호텔 관계자는 "중동 XXX 호텔인데요, 밖에 아마 불이 났어요"라고 말했고 부천소방서 신고 접수요원은 정확한 호텔 이름을 재차 여러 차례 확인한 뒤 불이 난 지점을 물었고, 호텔 관계자로 추정되는 신고자는 "여기 객실이요. 810호요"라고 비교적 정확하게 발화 지점을 설명했다.
부천소방서 접수요원은 소방 차량을 먼저 출동하도록 조치한 뒤 신고자에게 끊지 말고 호텔 이름을 천천히 말해달라며 "810호 어디 침대나 창문 어디"라면서 객실 안 구체적인 발화 장소를 여러 차례 물었다.
특히 접수요원이 "대피는 하셨어요"라고 묻고 신고자는 "대피 안 했어요"라고 답했고 접수요원은 "사람들 대피 먼저 하세요. 대피"라고 안내하고 "여보세요"라고 신고자를 불렀으나 신고자는 "아아"라고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선착대 도착 당시 이미 호텔 7층에서는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화염이 확산했고 건물 안에는 검은 연기가 퍼진 상태였다.
소방 당국도 브리핑 당시 "처음 불이 난 810호에서 문을 열고 나와서 연기가 급격하게 확산했다"며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48분 정도에 이미 복도에 연기가 차는데 복도가 좁고 열 축적이 돼서 투숙객들이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불길은 8층과 9층 일부만 태웠는데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진 데다 객실에 스프링클러 조차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에어컨 장시간 가동으로 인한 과부하나 낡은 전선에 먼지가 끼면 스파크 등에 의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22일 부천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 7명, 부상 12명 등 19명의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