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9 (목)

[기자수첩] 반도체 강국의 그늘, 물은 안전한가

기사등록 : 2026-10-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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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적 성과 뒤에 가려진 환경의 책임…
- 기업의 자율관리와 정부의 기준 마련 서둘러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인 반도체. 수출과 투자,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는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쟁력의 상징이자 미래 성장동력이다. 

그러나 눈부신 산업 성장의 이면에 우리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 바로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와 방류수의 환경적 영향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반도체 공장 방류수의 염소이온과 황산이온 농도를 낮추기 위한 자체 관리기준과 저감대책을 마련하도록 세 번째 행정지도에 나섰다. 

지난 7월과 8월 공정수 재이용률을 높이고 폐수 방류량을 줄이도록 권고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방류수의 수질 관리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번 조치는 산업 발전과 환경 보전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이천 SK하이닉스 방류수가 유입되는 죽당천을 조사한 결과, 방류구 하류 0.4㎞ 지점의 염소이온 평균 농도는 731㎎/L, 황산이온은 1,561㎎/L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이 수치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농업용수 관련 권고 수준을 웃돈다고 밝혔다.

염소이온과 황산이온은 농도가 높아질 경우 작물 생육과 토양 환경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하천수가 농업용수로 이용되는 지역이라면 방류수의 수질은 단순히 기업의 생산 공정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농민의 생계와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 나아가 미래 세대의 환경 안전과도 맞닿아 있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반도체 산업의 생산시설 확대에 따라 앞으로 용수 사용량과 폐수 방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에 따라 방류수가 유입될 예정인 안성 고삼저수지가 농업용 저수지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물론 현재 국내에는 염소이온과 황산이온에 대한 별도의 하천 수질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렇다고 법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관리의 필요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준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과학적 조사와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기업 역시 법적 의무를 준수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 

생산량 확대와 기술 혁신만큼이나 폐수의 수질 개선, 공정수 재이용 확대, 오염물질 저감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산업 경쟁력의 조건이다.

경기도의 이번 행정지도가 단순한 권고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이 자체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저감대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것은 출발점일 뿐이다. 

관리기준이 얼마나 엄격한지, 저감 목표는 구체적인지, 실제 농도가 개선되고 있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조사 결과와 개선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역할 또한 분명하다. 산업계의 부담과 기술적 여건을 고려하되, 환경 안전을 뒤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염소화합물과 황 및 그 화합물에 대한 허가배출기준을 과학적 근거에 따라 조속히 마련하고, 하천과 농업용수의 특성을 반영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명확한 기준과 감독 체계를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질 관리는 문제가 발생한 뒤 원인을 찾는 사후 대응보다 오염 가능성을 미리 살피는 예방 행정이 중요하다. 

방류수와 하천의 수질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가뭄이나 하천 유량 변화 등 환경 조건에 따른 영향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조사 결과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면 관계기관과 기업은 즉각적인 저감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는 대한민국이 포기할 수 없는 미래 산업이다. 그렇다고 산업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환경에 대한 질문을 뒤로 미룰 수는 없다.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성장도 결국 국민의 안전한 삶과 건강한 환경 위에서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의 불빛이 밤새도록 빛나더라도 그 물길이 흐르는 하천과 농경지까지 안전해야 진정한 산업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성장과 환경을 대립시키는 논쟁이 아니다. 산업 경쟁력을 지키면서도 물과 토양을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이다. 

기업은 자발적인 환경 책임을 강화하고, 정부는 실효성 있는 기준을 마련하며, 지방자치단체는 객관적인 감시와 투명한 정보 공개에 나서야 한다.

반도체 강국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칩을 생산하느냐 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산업이 남기는 물까지 얼마나 책임 있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반도체 강국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떨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은 인정한다. 그러나 생산자의 환경 오염으로 농민 등 국민이 피해를 입어서는 결코 안된다.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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